철도설계기준은 버스 승강장을 역에서 50m 안에 두도록 정한다. 그런데 실내 통로 50m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50m는 같은 50m가 아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잇는 환승은 도시철도망과 동네를 연결하는 필수 장치다. 지하철역이 아무리 많아도 집 앞까지 오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환승이 철도 내부 환승보다 훨씬 많은 변수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거리가 같아도 조건이 다르다
지하철 출입구와 버스 정류장이 마주 보고 있다고 하자. 그래도 그 사이에는 신호 대기가 있고, 차도를 건너야 하고, 비와 눈과 폭염과 한파가 있고, 밤에는 안전에 대한 감각이 있고, 정류장이 붐빌 수 있고, 버스 도착 정보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앞서 본 환승시설 속성 분류로 보면, 버스와 지하철 사이의 환승은 거리만이 아니라 접근성과 신뢰성, 정보, 안전·쾌적성을 함께 봐야 하는 유형이다. 이 조건들이 모두 체감 비용이 된다.
시설로 줄인 사례들
서울에는 이 부담을 시설로 줄인 사례가 있다.
서울역환승센터는 서울역 주변에 흩어져 있던 버스정류소를 한곳으로 모아 버스와 지하철 1·4호선, 철도, 택시 사이의 환승이 한자리에서 이루어지도록 했다. 지하철 환승통로는 30m로 두고 에스컬레이터와 장애인리프트를 설치했다. 서울시 자료는 이 시설로 환승시간이 12분에서 3분으로 줄었다고 제시한다.
잠실광역환승센터는 광역버스와 도시철도의 환승을 지하 공간에서 처리한 사례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버스와 2호선 사이의 환승거리가 최대 530m에서 최소 50m까지 줄고, 기존에 최대 11분·최소 3분이던 환승시간이 120m·약 2분 수준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두 사례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버스와 지하철 사이의 부담이 정류장까지의 거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류장이 어디에 있는지, 버스가 어떻게 회차하는지, 기다리는 공간이 어떤지, 지하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신도시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
이 문제는 신도시에서 더 커진다.
신도시는 대개 내부 수요를 지하철이나 광역철도 거점으로 모으는 구조로 설계된다. 그렇다면 지선버스와 간선급행버스, 트램, 보행축이 역과 어떻게 붙는지가 그 도시의 통근 품질을 사실상 결정한다.
3기 신도시 개발전략 자료도 2기 신도시의 신교통·환승체계 보완과 3기 신도시의 광역급행철도·간선급행버스 중심 대중교통체계를 구분해 설명한다. "철도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계획 문서 안에도 들어와 있는 셈이다.
버스끼리 갈아탈 때
버스와 버스 사이의 환승은 같은 정류장 안에서 이루어지면 부담이 작다. 걷는 거리도 짧고 방향을 판단할 일도 적다.
서울정책아카이브는 구로디지털단지역환승센터를 버스와 버스, 그리고 2호선 사이의 환승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례로 설명한다. 흩어져 있던 버스정류소를 지하철역 가까이 모아 환승거리를 50m 안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류장이 도로 양쪽이나 교차로 여러 지점에 흩어져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방향 정류장을 찾아야 하는지 헷갈리고, 다음 버스의 배차가 길면 부담은 더 커진다. 환승센터의 효과를 "분산된 버스정류소와 여러 교통수단을 통합"하는 것으로 설명한다는 점 자체가, 정류장이 흩어져 있는지 모여 있는지가 핵심 변수임을 말해 준다.
요금이 싸다고 환승이 편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요금 제도와 물리적 부담은 별개다.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은 서울·인천·경기 버스와 수도권 전철, 광역급행철도를 대상으로 하차 후 30분 안에 다른 수단을 타면 최대 4회까지 할인을 적용한다. 돈으로 치르는 부담은 이 제도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류장 사이를 걷는 시간이나 방향을 찾는 수고, 기다리는 시간, 혼잡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요금상 환승이 가능한 것과 실제로 갈아타기 편한 것은 다른 문제다.
가벼운 환승이라는 통념
앞서 언급한 런던 연구에서 버스끼리의 환승은 지하철끼리의 환승보다 평균 60% 정도 더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이 수치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버스 환승이 언제나 가벼운 환승이라는 통념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배차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 정류장군이 한눈에 읽히는지, 도로를 건너야 하는지, 밤에 안전하다고 느껴지는지가 함께 걸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