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알아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사람들에게 묻거나, 사람들이 실제로 고른 경로를 보거나.

앞 편에서 환승 한 번을 몇 분으로 환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 값은 어디서 나올까.

묻는 방법과 보는 방법

첫째는 가상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무엇을 고르겠느냐고 묻는 방식이다. "35분에 한 번 갈아타는 길"과 "40분 직행" 중 무엇을 택하겠느냐고 조건을 바꿔가며 물어 선호를 추정한다. 마드리드 통근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이 방식으로 환승 부담을 추정했다.

둘째는 실제로 고른 경로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런던에서는 2023년 6월 한 달간의 실제 경로 선택 2만 6천여 건을 이용해 환승 유형별 가치를 추정한 연구가 나왔다. 이 연구에서 평균적인 환승 한 번은 혼잡하지 않은 차내시간 5분 정도에 해당했고, 같은 승강장에서 건너가는 환승은 층을 옮겨야 하는 환승보다 20~25% 덜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버스끼리의 환승은 지하철끼리의 환승보다 약 60% 더 부정적이었다.

물론 런던의 숫자를 서울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이 연구가 알려주는 것은 값 자체가 아니라 환승의 종류에 따라 부담이 크게 갈린다는 구조다.

한국에는 강력한 자료가 있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만한 기록이 있다. 교통카드 자료다.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자는 탈 때와 내릴 때 카드를 찍는다. 그 기록이 쌓이면 누가 어디서 어디로, 어떤 수단을 갈아타며 이동했는지가 드러난다. 설문처럼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표본이 아니라 사실상 전수다.

그런데 이 자료에 구멍이 하나 있다.

개찰구 안에서 일어난 일은 기록되지 않는다

이미영과 손지언의 연구는 수도권 교통카드 자료가 버스와 철도 사이의 환승 정보는 잘 담지만, 도시철도 내부의 환승역 정보는 포함하지 않아 실제 환승저항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면 카드를 두 번 찍는다. 그 사이에 환승이 있었다는 것이 기록에 남는다. 그러나 지하철 1호선에서 내려 4호선으로 갈아탈 때는 카드를 찍지 않는다. 개찰구 안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승객 입장에서는 500m 통로를 걷고 계단을 세 번 오르내렸는데, 자료에는 그냥 한 번의 통행으로 남는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

앞선 편에서 본 대로 지하철끼리의 환승은 결코 균일하지 않다. 맞은편 승강장으로 건너가는 환승과 긴 통로를 지나 여러 층을 오르내리는 환승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그런데 그 차이가 가장 큰 영역이 바로 자료에서 빠지는 영역이다.

수요를 예측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따질 때 이 공백은 그대로 남는다. 실제로 이용자가 겪은 부담이 모형에 들어가지 않으면, 환승통로를 줄이는 사업의 편익은 과소평가되기 쉽다.

메우는 방법

빈 곳을 메우려면 다른 자료를 붙여야 한다. 역사 내부의 보행 경로, 승강장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시간대별 혼잡은 어떤지 같은 것들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 양수정의 수도권 광역·도시철도 경로 선택 연구는 환승역의 평면거리와 계단 수, 에스컬레이터 유무, 총 환산거리 같은 변수를 모형에 직접 넣었다. 통행시간과 환승 횟수, 환승통로의 총 환산거리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타났고, 환승 자체가 별도의 부담으로 인지된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다만 그 시간 환산값은 분석 모형에 따라 달라졌다.

경로 탐색 알고리즘에서도 같은 논리가 쓰인다. 국내 연구자료는 환승저항을 "환승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저항감을 시간으로 치환한 값"으로 정의하고, 시간·거리 계산에 차내시간과 도보시간, 대기시간, 환승저항을 함께 넣는다. 버스끼리, 버스와 지하철, 지하철끼리의 환승저항을 수단별로 다르게 적용하고, 환승 구간의 직선거리를 실제 걷는 경로에 가깝게 보정해 보행시간이 과소 산정되는 것을 줄이려 한 시도도 있다.

자료의 공백을 아는 것이 먼저다

교통카드는 훌륭한 자료다. 그러나 무엇을 담고 무엇을 담지 않는지 모른 채 쓰면, 있는 것만 보고 없는 것은 없다고 결론 내리게 된다.

지하철 안에서 매일 벌어지는 수백만 번의 환승은 아직 제대로 기록되지 않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그 기록되지 않는 환승이 실제로 얼마나 다른지를 역별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