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끼리의 환승은 대체로 편한 축에 속한다. 실내에 있고, 비를 맞지 않고, 배차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런데 같은 개찰구 안에서도 어떤 환승은 30m이고 어떤 환승은 1km에 가깝다.

런던 지하철을 분석한 연구는 17개 주요 환승역의 303개 환승 동선을 살펴본 뒤, 환승 비용이 역별로도 고르지 않고 같은 역 안의 승강장 조합별로도 고르지 않다고 밝혔다. "어느 역에서 갈아타는가"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느 노선의 어느 방향 승강장에서 어느 승강장으로 가는지까지 봐야 한다는 뜻이다.

수도권 사례를 네 유형으로 나눠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분명해진다.

내려서 맞은편 열차를 타면 되는 곳

가장 부담이 적은 구조다. 금정역의 1호선과 4호선 환승이 대표적이다.

정부 정책 소개자료는 금정역을 수도권 전철의 대표적인 평면환승 사례로 든다. 1호선과 4호선의 상행 열차가 같은 승강장을 쓰고 하행 열차도 같은 승강장을 쓴다. 같은 방향으로 갈아타는 승객은 내린 뒤 맞은편 열차를 타면 된다.

이 구조에서는 계단도, 통로도, 방향을 판단하는 수고도 거의 사라진다. 남는 것은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뿐이다. 환승저항이 대기시간 하나로 좁혀지는 셈이다.

다만 여기에도 단서가 붙는다. 반대 방향으로 바꿔 타려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같은 역, 같은 노선 조합인데도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경험이 갈린다.

한 층 차이로 붙어 있는 곳

김포공항역의 9호선과 공항철도가 이 유형이다.

공항철도의 환승 편의성을 다룬 연구는 7개 환승역의 86개 환승 경로를 실측했다. 공항철도와 다른 노선 사이의 평균 평면환산거리는 약 401m로, 수도권 전철끼리의 평균인 274m보다 길었다. 그런데 같은 연구에서 김포공항역의 9호선과의 평균 평면환산거리는 30m 수준으로 나온다.

철도 전문지의 현장 기사는 이 구조의 배경을 설명한다. 9호선과 공항철도가 직결 운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복층 공용 승강장 구조를 갖게 됐고, 행선지에 따라 환승에 최대 2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 평가가 9호선과 공항철도 조합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포공항역에는 다른 노선도 지나고, 시간대별 혼잡은 이 수치에 담기지 않았다.

복정역도 비슷한 구조다. 8호선이 지하 2층, 수인분당선이 지하 3층에 있는 복층 섬식 승강장이라 어느 방향이든 30초에서 1분 30초 수준으로 옮길 수 있다고 현장 기사는 설명한다. 금정역처럼 같은 승강장에서 건너가는 것은 아니지만, 긴 통로를 지나는 환승보다는 부담이 확실히 작다.

개찰구 안에서 500m를 걷는 곳

같은 지하철끼리인데도 부담이 크게 튀는 유형이다.

지하철 신길역의 긴 환승통로. 승객들이 통로를 따라 걷고 있다
신길역 1호선과 5호선을 잇는 환승통로. 개찰구 안에서 이루어지는 환승이지만 통로 길이가 500m에 가깝다. 사진: Striker9498 / Wikimedia Commons / CC0

신길역은 1호선이 지상에 있고 5호선은 한강 아래를 지나는 깊은 지하 승강장을 쓴다. 높이 차와 긴 통로가 겹친다. 현장 기사에 따르면 1호선과 5호선 사이 환승통로는 500m에 가깝고, 통로 반대편 차량에서 내렸다면 1km 남짓 걸을 수도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2호선과 4호선, 5호선이 모두 만나지만 모든 조합이 같은 품질을 갖지는 않는다. 서울시는 2018년 5호선 환승통로를 전면 폐쇄할 당시 5호선과 2·4호선 사이의 지하 환승이 불가능해진다며 우회 경로를 안내했는데, 지상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지하 통로를 이용할 때보다 12분쯤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통로 하나가 12분어치의 부담이었다는 이야기다.

혼잡이 겹치면 더 나빠진다

서울연구원의 도시철도 승강장 혼잡도 연구는 이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환승역은 비환승역보다 평균 면적이 1.26배 넓지만 평균 통행량은 1.84배 많다. 넓어진 것보다 사람이 더 많이 늘었다는 뜻이고, 결국 1인당 점유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

같은 연구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서울역, 종로3가역이 노선 간 환승거리가 길어 승강장 혼잡을 가중시킨다고 진단했다. 고속터미널역과 사당역, 교대역, 서울역은 통행량에 비해 승강장 면적이 좁다고 봤다.

환승통로가 길고, 승강장이 좁고, 환승객이 많은 조건이 동시에 나빠지면 부담은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키운다.

노선도가 지우는 차이

정리하면 이렇다. 금정역에서는 내려서 맞은편 열차를 타면 되고, 김포공항역의 특정 조합은 30m이며, 신길역에서는 500m를 걷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는 통로 하나가 막히면 12분이 더 든다.

노선도에서는 넷 다 똑같은 환승역 표시다.

경로 안내에서도 대개 똑같은 "환승 1회"로 계산된다. 그리고 앞 편에서 본 대로, 이 차이가 가장 큰 영역이 바로 교통카드 자료에서 빠지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