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저항이라는 용어가 교통계획 문서에 자리 잡기 전에도, 계획가들은 환승을 피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1기 신도시 개발사에 남은 노선 비교표가 그 증거다.
평촌: 갈아타지 않는 것이 노선의 장점이었다
평촌신도시 개발사는 과천선 전철의 노선 대안을 비교한 기록을 담고 있다. 채택된 안은 금정역에서 안산선·경수선과 직접 연결하고 사당역에서 4호선과 직접 연결하는 것이었다.
대안 평가표에 적힌 장점은 이렇다. 국철 및 지하철과 직접 연결되면 이용객이 편리하고, 출퇴근 시 환승에 따른 혼잡이 없으며, 수도권 지역 간 교통망 효과가 크다.
탈락한 안의 단점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금정역에 별도의 지하철역을 새로 지어 기존 역과 갈아타게 하는 방식에는 전철 이용객 불편, 출퇴근 시 혼잡, 환승시간 소요, 수도권 전철 운영효율 저하가 적혔다.
"환승시간 소요"가 노선 탈락 사유로 문서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이 기록이 흥미로운 이유는, 당시 문헌이 환승저항이라는 계량 용어를 쓰지 않으면서도 이미 환승 회피를 중요한 정책 가치로 다뤘다는 데 있다. 1기 신도시의 광역철도 계획에서 직결 운행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혼잡과 시간, 운영효율을 함께 좌우하는 조건이었다.
분당: 환승시설은 누가 돈을 내는가의 문제였다
같은 시기 분당의 기록은 다른 면을 보여준다.
분당신도시 개발사는 지하철 이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환승체계를 확립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1990년 5월의 협의 기록을 보면 이야기가 더 구체적이다.
서울시가 분당선 수서역 위치 변경과 복정역 환승시설 설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성남시는 3호선으로 갈아탈 수 없게 되는 수서역 위치 변경에는 동의하되, 복정역 환승시설 설치는 운영권자인 철도청이 판단할 사항이며 추가 사업비를 부담하기는 어렵다고 회신했다.
환승시설은 좋은 말로 합의되는 것이 아니라 비용과 운영권, 기관 간 책임 배분이 걸린 사업 쟁점이었다. 부담을 줄이는 시설은 수요를 늘리고 이용자 편익을 높이지만, 그 돈을 누가 내고 누가 운영할지는 별개의 제도 문제다.
앞선 편에서 본 복정역의 복층 구조는 이런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결과다.
동탄: 환승이 도시 기능과 묶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환승은 역 내부 설계를 넘어 도시 전략의 일부가 됐다.
한국형 신도시 가이드라인의 동탄2 사례는 고속철도 동탄역 주변을 입체복합개발해 환승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이 자료는 동탄역 주변을 수도권 남부의 산업·교통·업무 중심지로 보고, 고속철도와 광역급행철도, 신교통수단, 버스, 택시, 승용차의 환승을 묶는 결절점으로 설명한다.
다만 규모가 크다고 환승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복합개발의 크기보다 동선이 얼마나 직접적인지, 정보가 얼마나 명확한지, 수단끼리의 위치 관계가 어떤지를 먼저 봐야 한다.
세대별로 달라진 계획의 무게중심
3기 신도시 개발전략 자료는 신도시 기반시설의 변화를 이렇게 요약한다.
- 1기: 자동차 중심 도로계획, 도시고속도로와 지하철 등 광역교통체계
- 2기: 보행·자전거 같은 녹색교통, 신교통과 환승체계 도입
- 3기: 광역급행철도와 간선급행버스 등 광역교통 인프라, 철도망 중심 대중교통체계
2기가 1기에 비해 신교통 환승체계를 보완하고 주변 지역과의 연결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웠다는 설명도 함께 붙어 있다. 3기 신도시 계획 논의에서도 소규모 신교통시스템 구축과 광역버스 환승체계 설계, 노선 다양화와 배차간격 최소화가 쟁점으로 나타난다.
환승은 더 이상 역 내부 설계의 미시 문제가 아니라 신도시 전체의 광역생활권 전략이 됐다.
대심도 철도의 긴장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깊이 파는 철도의 문제다.
대심도 철도는 차내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승강장이 깊어질수록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가는 시간과 갈아타는 부담이 커진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대심도 철도 연구가 별도의 장을 두어 접근 및 환승저항의 개념 정립과 평가 모형 개발, 개선 방안을 다룬 것은 이 긴장을 보여준다. 빠른 차내시간과 긴 접근시간이 한 사업 안에서 맞부딪히기 때문이다.
"도심까지 몇 분 단축"만 보면 이 부담은 계산에서 빠진다. 광역급행철도나 대심도 도시철도를 검토할 때 역세권 접근시간과 환승동선을 사업 초기부터 수요예측과 설계 기준에 넣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