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편에 걸쳐 환승의 부담을 나눠 봤다. 남는 질문은 하나다. 그래서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가.
환승을 평가할 때 던져야 할 질문은 "노선도에서 두 선이 만나는가"가 아니다. "이용자가 실제로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가" 다. 이 질문을 관측할 수 있는 항목으로 바꾸면 아홉 가지가 된다.
확인해야 할 아홉 가지
먼저 몸이 움직이는 거리다. 수평 보행거리는 승강장에서 승강장, 출입구에서 정류장, 정류장에서 정류장까지 실제로 걷는 거리이고 수직이동은 계단이 몇 개인지,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무빙워크가 어디에 있는지다. 외부 보행 노출은 지상으로 나가 횡단보도와 신호를 기다리며 비·눈·폭염·한파를 맞는 구간이 있는지를 본다.
다음은 기다림과 길찾기다. 대기 불확실성은 배차간격과 정시성, 막차 연결, 지연 정보 제공 여부다. 방향 탐색은 안내표지와 노선도, 출구번호, 승강장 방향 정보가 얼마나 분명한지다. 혼잡과 병목은 승강장·통로·계단이 피크시간에 얼마나 막히는지, 줄을 서야 하는지, 동선이 서로 교차하는지를 본다.
마지막은 제도와 조건이다. 요금과 태그 절차는 환승할인이 적용되는지, 하차 태그가 필요한지, 동일노선 환승에 제한이 있는지다. 무장애 동선은 휠체어·유아차·고령자가 끊기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방향별 차이 — 같은 역이라도 상행에서 상행으로 갈아탈 때와 상행에서 하행으로 갈아탈 때, 반대 방향으로 바꿔 탈 때가 저마다 다르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자주 빠진다. 앞서 본 금정역이 좋은 예다. 같은 방향으로 갈아타면 맞은편 열차를 타면 되지만 반대 방향으로 바꿔 타려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같은 역, 같은 노선 조합인데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환승이 된다.
이 아홉 가지는 점수표가 아니라 자료 수집 목록이다. 실제 평가에서는 각 항목을 시간과 거리, 계단 수, 혼잡도, 배차간격처럼 관측할 수 있는 값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환승센터 설치와 출입구 신설, 에스컬레이터 추가, 배차간격 단축을 같은 틀 안에서 비교할 수 있다.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시리즈를 관통하는 쟁점을 정리하면 다섯 가지다.
첫째, "환승 가능"과 "환승이 편리함"을 구분해야 한다. 노선도에서 두 선이 만나는 것과 이용자가 쉽게 갈아타는 것은 다르다. 통로 길이와 수직이동, 외부 보행, 횡단보도, 대기시간, 안내정보를 별도 입력값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환승 부담은 수단별·방향별로 나눠야 한다. 지하철끼리와 버스와 지하철, 버스끼리, 트램과 지하철의 환승은 같은 1회가 아니다. 같은 역 안에서도 맞은편 승강장으로 건너가는 환승과 층을 옮기는 환승, 개찰구 밖으로 나가는 환승은 다르게 작동한다.
셋째, 교통카드 자료에 시설 데이터를 붙여야 한다. 4편에서 본 대로 교통카드는 실제 선택을 보여주는 강력한 자료지만 지하철 내부의 환승 동선은 담지 못한다. 승강장 배치와 승강설비 위치, 혼잡과 배차 자료를 함께 결합해야 한다.
넷째, 시설투자와 운영개선을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 통로를 짧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배차간격과 정시성, 실시간 정보, 안내체계, 안전감, 날씨 보호, 무장애 동선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다섯째, 개통 뒤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 계획 단계의 "직결환승"과 "복합환승"이 실제 운영에서 어떤 보행거리와 대기시간, 혼잡, 안내 문제로 나타나는지 사후에 조사해야 한다.
남은 한계
이 시리즈가 기댄 자료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해외 연구의 수치를 한국에 그대로 옮길 수 없다. 마드리드 조사를 진행한 연구진 스스로 환승 부담이 도시마다 달라 지역별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런던 연구도 런던의 실제 선택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이 시리즈가 해외 수치를 인용한 이유는 보편값을 제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담이 수단과 유형에 따라 갈린다는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수도권 역 사례도 마찬가지다. 금정역과 김포공항역, 복정역, 신길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환승 동선의 유형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이지 각 역의 모든 방향별 부담을 계량한 결과가 아니다. 방향별 실제 체감을 알려면 같은 기준의 현장 실측과 이용자 조사가 필요하다.
위례선처럼 아직 개통하지 않은 사례는 계획 단계의 설명에 근거한다. 운행이 시작되면 다시 봐야 한다.
다시, 35분과 40분
첫 편에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35분에 한 번 갈아타는 길과 40분 직행 중 왜 뒤를 고르는 사람이 있는가.
이제 답은 하나가 아니다. 어느 역에서 갈아타는지, 같은 승강장인지 500m 통로인지,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다음 차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있는지, 그 역이 붐비는지, 짐이나 유아차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환승 1회"라는 표기가 지운 것이 바로 그 차이다. 계획과 평가가 이 차이를 다시 세어 넣을 때, 빠른 노선이 실제로도 빠른 노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