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이 힘들다는 말은 너무 뭉뚱그린 표현이다. 어떤 역은 걷는 거리가 길어서 힘들고, 어떤 역은 걷는 거리는 짧은데 다음 차가 언제 올지 몰라서 힘들다. 둘은 다른 문제이고 해법도 다르다.
앞 편에서 환승저항이 물리적 요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봤다. 그렇다면 그 부담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네 갈래로 나눠 보면 각 역이 왜 힘든지가 훨씬 선명해진다.
첫째, 걷는 거리와 오르내리는 높이
가장 눈에 보이는 요소다. 철도설계기준은 이용자 편의를 위해 수평·수직 이동이 최소화되도록 계획하고, 과도한 이동이 불가피하면 무빙워크나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설치를 고려하라고 정한다. 광역철도역 기준에서는 연계교통시설까지의 단일 수평이동거리가 50m를 넘으면 무빙워크 설치를 검토하도록 했다.
숫자로 선을 그어 둔 이유가 있다. 대중교통 이용자는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차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대중교통 서비스 품질 지침도 총 통행시간에 정류장까지의 접근, 대기, 차내 이동, 목적지까지의 이동, 환승이 모두 포함되며 품질은 승객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깊은 지하 승강장, 긴 환승통로, 반복되는 계단은 시계에 찍힌 시간보다 더 크게 작동한다.
둘째, 기다리는 시간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
같은 5분이라도 차 안에서 이동하는 5분과 승강장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5분은 다르다. 앞의 5분은 목적지에 가까워지지만 뒤의 5분은 멈춰 있다.
배차가 불규칙하거나 도로 혼잡의 영향을 받는 수단에서는 이 차이가 더 벌어진다. 다음 차가 3분 뒤에 올지 12분 뒤에 올지 모르는 상태로 서 있는 것과, 전광판에 3분이라고 찍혀 있는 것은 같은 3분이 아니다. 막차 시간이 가까우면 한 번의 연결 실패가 그날 귀가 전체를 바꾼다.
교통 수요모형을 다루는 실무 자료들은 이 부담을 아예 별도의 벌점으로 계산에 넣는다. 미국의 일부 지역 모형은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환승에 각각 다른 크기의 벌점을 매기고, 다른 기관은 환승 한 번당 일정한 값을 더한다. 이 수치들은 해당 모형의 파라미터일 뿐 어디서나 통하는 값은 아니다. 다만 실무에서 환승을 별도 항목으로 계산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셋째, 어디로 가야 하는지 판단하는 수고
환승은 이동을 한 번 끊는다. 끊긴 자리에서 이용자는 다시 판단해야 한다. 어느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 어느 승강장으로 가야 하는지, 다음 차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지금 지연이 있는지.
이 판단이 어려울수록 부담은 커진다. 철도설계기준이 열차운행정보 시스템에 실시간 출발·도착, 환승, 탑승 위치, 지연 정보를 담도록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환승시설을 연구하는 쪽에서는 시설의 속성을 접근성, 연결과 신뢰성, 정보, 편의시설, 보안과 안전으로 나눠 본다. 이 분류가 말해 주는 것은 환승저항이 "몇 미터를 걷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동을 얼마나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의 문제라는 점이다.
익숙한 역과 처음 가는 역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넷째, 혼잡과 날씨와 안전감
통로가 좁거나 승강장이 붐비면 같은 거리도 더 힘들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환승은 비와 눈, 더위와 추위, 횡단보도 대기, 차도와의 접촉을 함께 데려온다.
런던 지하철의 환승 비용을 분석한 연구는 환승 부담이 안전과 보안, 길찾기, 에스컬레이터, 날씨로부터의 보호, 좌석, 조명, 냉난방과 환기, 승강장 시설 같은 넓은 범위의 영향을 받는다고 정리했다.
네 가지를 나눠 보면 달라지는 것
이 구분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바꾼다.
걷는 거리가 문제인 역에는 통로 단축이나 승강설비가 답이다. 기다림이 문제인 역에는 배차 조정과 실시간 정보가 답이다. 길 찾기가 문제라면 안내체계를 손봐야 하고, 혼잡과 날씨가 문제라면 공간과 시설을 바꿔야 한다.
네 가지를 뭉뚱그려 "환승이 불편하다"고만 하면 어느 것도 고칠 수 없다.
이 구분은 특히 지하철끼리의 환승과 버스가 끼는 환승을 비교할 때 중요해진다. 지하철 내부 환승은 동선이 길어도 실내에 있고 배차가 비교적 안정적이다. 반면 버스와의 환승은 거리가 짧아 보여도 외부 보행, 도로 횡단, 정류장 찾기, 배차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붙기 쉽다. 같은 "환승 1회"가 전혀 다른 경험이 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