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앱에 두 경로가 뜬다. 하나는 35분이지만 한 번 갈아타야 하고, 다른 하나는 40분 동안 같은 열차를 타고 간다. 도착 시각만 보면 35분짜리가 낫다. 그래도 적지 않은 사람은 5분 더 걸리는 직행을 고른다.

이 선택을 단순히 취향으로 볼 수는 없다. 앱에 표시된 시간만으로는 갈아타는 동안의 수고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열차에서 내려 안내판을 찾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다음 열차가 제때 올지 살피는 과정이 더해진다.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다시 빈자리를 찾아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역에서는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가지 않을까 신경도 써야 한다.

교통 분야에서는 이런 부담을 환승저항이라고 부른다. 핵심은 환승 한 번이 언제나 같은 한 번은 아니라는 데 있다.

같은 5분도 똑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맞은편 승강장으로 건너가는 환승과 긴 통로를 지나 여러 층을 오르내리는 환승은 노선도에서 똑같은 점 하나로 표시된다. 개찰구 밖으로 나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도 경로 안내에는 대개 ‘환승 1회’라고만 나온다.

시간의 성격도 다르다. 차 안에서 보내는 5분은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이 있지만, 승강장의 5분은 다음 열차가 언제 올지에 따라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버스로 갈아탈 때는 도로 정체와 배차 간격, 날씨까지 끼어든다. 막차 시간이 가까우면 한 번의 연결 실패가 귀가 시간을 크게 늦춘다.

그래서 실제 경로 선택은 총소요시간과 환승 횟수만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다. 이용자는 걷는 거리, 기다리는 시간, 길 찾기의 어려움, 혼잡과 연결 실패의 가능성을 함께 따진다. 이 부담이 5분의 차이보다 크다고 느끼면 40분 직행이 더 나은 경로가 된다.

설계자는 거리와 계단을 본다

국내 철도설계기준은 환승에 걸리는 시간과 보행거리,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같은 물리적 요소를 환승저항으로 본다. 역의 구조를 정하고 시설을 고치는 데 필요한 정의다.

이 기준으로 보면 개선할 지점도 분명해진다. 환승통로를 짧게 만들고, 수직 이동을 줄이고, 버스정류장을 출입구 가까이에 붙이는 식이다. 긴 이동을 피할 수 없다면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를 설치하고,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이동과 대기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통로를 줄였다고 부담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표지가 불명확하면 더 오래 헤매고, 다음 열차를 놓칠까 불안하면 이동이 더 고되게 느껴진다. 물리적 거리는 환승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사람은 ‘갈아타야 한다는 사실’에도 반응한다

이용자의 선택을 분석한 연구들은 환승의 부담을 보행과 대기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런던 지하철을 분석한 연구는 환승 경험을 걷기, 기다리기, 그 밖의 환승 부담으로 나눴다. 마드리드 통근자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차 안에 있는 시간과 보행·대기시간, 혼잡을 따로 계산하고도 환승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있다. 양수정의 수도권 광역·도시철도 경로 선택 연구는 환승역의 평면거리와 계단 수, 에스컬레이터 유무 등을 반영한 뒤에도 환승 횟수 자체가 경로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봤다. 다만 이 연구가 제시한 시간 환산값은 분석 모형에 따라 약 8분 또는 13분으로 달랐다. 이를 모든 역과 모든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고정값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앞의 35분과 40분은 계산 공식이 아니라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예다. 35분에 일률적으로 몇 분을 더하면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느 역에서 어떻게 갈아타는지, 얼마나 걷고 기다리는지, 안내가 쉬운지에 따라 두 경로의 체감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뜻이다.

좋은 환승은 ‘가능’보다 ‘과정’으로 판단해야 한다

교통계획에서는 새 노선이 기존 철도와 만나는지, 환승역이 몇 곳 생기는지를 먼저 제시한다. 그러나 노선도에서 두 선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편리한 환승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열차에서 내린 다음의 과정이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는가. 계단과 긴 통로를 얼마나 지나야 하는가. 밖으로 나가 도로를 건너야 하는가. 다음 교통수단이 제때 오는가. 유아차나 휠체어로도 같은 동선을 이용할 수 있는가.

환승은 대중교통망을 넓혀 주지만 그 연결을 완성하는 쪽은 이용자다. ‘환승 가능’이라는 표시 뒤에 숨은 시간과 수고를 줄이지 못하면, 빠른 노선도 실제 선택에서는 외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