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가 어느 시의 신도시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 국토교통부 표는 이 지구의 위치를 송파구 거여동·장지동, 성남시 창곡동, 하남시 학암동 일원으로 적는다. 단일 지방자치단체 안의 신도시가 아니다.
앞 편에서 이름이 송파에서 위례로 바뀐 과정을 봤다. 이 편에서는 그 이름이 가리키는 땅이 실제로 어떤 곳인지 본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던 카드였다
2005년 8·31 대책 보도에서 송파신도시는 강남 집값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공급 카드로 설명됐다. 거여지구의 군부대와 골프장 부지가 주요 입지로 거론됐다.
당시 기사들이 함께 던진 질문이 있다. 강남권 수요를 실제로 흡수할 수 있는가. 임대와 소형 비중이 높아 강남 대체 기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닌가. 그린벨트 해제의 명분이 충분한가.
세 질문 모두 지금도 유효하다.
생활권은 하나인데 행정은 셋이다
위례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경계다. 같은 신도시 안에 서울 송파구와 성남시, 하남시가 들어온다.
주민의 생활권은 하나처럼 움직인다. 같은 상가를 쓰고 같은 길로 다니고 같은 버스를 탄다.
그런데 행정서비스와 학교 배정, 교통 민원, 기반시설 책임은 세 지자체로 나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관할이 갈린다. 민원을 넣을 곳도 달라진다.
그래서 이런 도시에서는 "어느 시의 신도시인가"라는 질문이 별로 쓸모가 없다. 물어야 할 것은 하나의 생활권을 여러 행정주체가 어떻게 관리하는가다.
보행축과 대중교통축을 설계했다
위례는 단순한 아파트 공급지로 계획되지 않았다.
한국 신도시 가이드라인 정리본은 위례의 휴먼링 길이를 4.4km, 트랜짓몰 길이를 1.2km로 정리한다. 휴먼링은 도시를 둘러싸는 보행축이고 트랜짓몰은 대중교통과 보행이 중심이 되는 거리다.
보행축과 대중교통축, 중심상업축을 하나의 구조로 만들려 한 시도다. 2기가 내세운 자족과 쾌적한 주거환경이 도면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계획과 체감은 따로 봐야 한다. 위례선 트램과 위례신사선의 진행 상황, 버스 접근성, 그리고 서울과 성남과 하남의 행정서비스에서 주민이 느끼는 차이가 별도 검토 항목이다.
신도시 아래에 마을이 있었다
성남시사 50년사 제37권을 대조하면 위례는 더 복합적인 도시가 된다.
성남 쪽에서는 기존 마을과 군사시설, 보상 갈등, 매장문화유산 조사, 학교와 공공시설 확충이 신도시 조성과 함께 진행됐다. 빈 땅에 도시를 올린 것이 아니다.
2024년 기준으로 위례동은 1만 7천여 세대, 4만 4천여 명 규모의 생활권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위례선 트램과 위례신사선 같은 교통 과제는 여전히 이 도시를 평가하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입주는 끝났는데 교통은 끝나지 않았다. 2기의 선교통 후입주 원칙이 위례에서는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따져 봐야 하는 이유다.
네 가지 질문이 남는다
위례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넷을 물어야 한다.
첫째, 강남권 수요 대체라는 초기 목표가 실제 주택시장 안정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2005년에 내건 목표다.
둘째, 송파와 성남과 하남의 접경이라는 행정 구조가 주민 생활에 어떤 불편과 장점을 만들었는가. 불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 지자체의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쓸 수 있는 면도 있다.
셋째, 휴먼링과 트랜짓몰 같은 계획 요소가 실제 보행과 상업, 대중교통 이용으로 이어졌는가. 도면에 그린 축이 사람의 동선이 됐는지의 문제다.
넷째, 이름이 송파에서 위례로 바뀐 뒤 도시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됐는가. 주민들은 자기 동네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위례는 명칭 변경 사례로만 다루면 절반이 남는다. 접경 행정과 기존 장소의 재편을 함께 봐야 하는 2기 신도시다.
다음 편은 자족기능이 실제로 도시 이미지가 된 사례들이다. 판교와 광교, 고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