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편을 왔다. 정조의 수원에서 시작해 3기 신도시의 첫 입주까지 왔다. 그런데 이 연재에 나온 도시들이 모두 같은 자격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

신도시사를 쓰다 보면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정조의 수원도 신도시인가. 목동도 신도시인가. 성남 전체가 신도시인가. 세종과 혁신도시는 신도시인가. 이 질문에 예와 아니오로 답할 수 없다는 것이 이 편의 요지다.

세 등급으로 나눠 보면 정리가 된다. 공식 세대나 정책용어와 거의 일치하는 것, 계획도시로서 신도시사에 넣을 수 있는 것, 선례나 주변 층위로만 다루는 편이 안전한 것이다.

정확히 신도시인 것은 셋뿐이다

공식 세대와 일치하는 것은 1기와 2기, 3기다.

1기는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이다. 수도권 외곽의 대규모 주택공급이고 목적은 주택난 해소와 서울 과밀 완화였다. 2기는 판교와 동탄, 김포한강, 파주운정, 광교 등이다. 거점과 자족, 난개발 방지를 내걸었고 성과는 도시별 편차가 크다. 3기는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이다. 계획 원리는 가장 명확하지만 검증은 지금 진행 중이다.

신도시라는 말을 좁게 쓰면 이 셋이 전부다. 나머지는 다른 자격으로 들어온다.

계획도시이지만 세대는 아닌 것

여기가 가장 넓다.

울산신시가지는 산업화와 공업도시 조성으로 만들어졌고 지금은 울산광역시의 핵심 도시권이다. 구미와 창원, 여천, 포항은 산업기지도시였고 지금도 지역 산업도시다. 주택공급형이 아니라 산업정책형 계획도시다. 과천은 행정기능 분산으로 만들어진 도시이고 지금도 과천시다.

여의도와 영동은 성격이 다르다. 서울 내부의 대규모 신시가지였고 지금은 서울의 핵심 업무·상업지다. 외곽 신도시는 아니지만 서울 확장사의 핵심이라 빼놓을 수 없다.

세종과 혁신도시, 기업도시는 목적도시다. 수도권 신도시 세대와 나란히 놓아야 할 별도의 축이지 같은 줄에 세울 대상이 아니다.

선례나 주변으로만 들어오는 것

여기는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자리다.

정조의 수원 화성은 읍치 이전과 성곽, 행궁, 가로망이 함께 계획된 도시이고 지금은 수원시 팔달구 일대의 역사도심이다. 대한민국 정책사는 아니다. 계획도시 선례로만 쓴다.

성남은 등급 구분이 특히 필요하다. 오늘날 성남은 분당과 판교, 위례를 품고 있어 신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성남 원도심의 출발은 광주대단지 이주정착지이고 1971년 8월 10일의 사건이다. 초기 성남과 후대의 분당·판교를 구분하지 않으면 같은 행정구역 안의 전혀 다른 두 역사가 섞인다.

목동은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의 공영개발형 신시가지다. 상계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의 대규모 주거단지다. 둘 다 서울 내부 신시가지로 매우 중요하지만 수도권 외곽 1기 신도시와 같은 공식 세대는 아니다. 특히 상계는 대규모 아파트 개발과 이주, 재개발의 층위가 겹쳐 있다.

노후계획도시는 새 신도시가 아니다. 20년 이상 지난 계획도시의 재정비 대상이고 신도시의 두 번째 생애다.

왜 굳이 등급을 나누나

범위를 넓히면서도 개념이 느슨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수원을 신도시사의 첫 장으로 놓으면 이야기는 한국이 오래전부터 계획도시를 지어 왔다가 된다. 1960년대부터 시작하면 국가가 왜 반복해서 새 도시를 답으로 골랐는가가 된다. 2편에서 다뤘던 구분이 여기서 다시 나온다. 선례와 기원은 다른 말이다.

등급은 자료를 나누는 기준이기도 하다. 공식 세대와 일치하는 사례는 고시문과 개발계획, 실시계획, 입주·준공자료가 우선 대상이다. 계획도시로 들어오는 사례는 도시계획사와 산업정책, 행정기능 이전 자료를 함께 봐야 한다. 선례로만 들어오는 사례는 왜 부분적으로만 포함되는지를 밝히는 것이 먼저다.

지도 위에 놓으면 순서가 보인다

이 도시들을 서울에서의 거리로 다시 세우면 연재 전체가 한 줄로 정리된다.

가장 안쪽에 여의도와 영동, 목동, 상계가 있다. 서울 행정구역 안이다. 그 바로 밖에 성남과 과천이 있다. 다음이 1기 신도시로 서울에서 20~25킬로미터다. 그다음이 2기로 30~40킬로미터다. 그리고 3기가 다시 10킬로미터 안쪽으로 돌아온다. 이 축 바깥에 울산과 구미, 창원, 포항, 세종, 혁신도시가 따로 있다.

시간 순서와 거리 순서가 같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 안에서 시작해 점점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 멀어진 이유는 땅값과 면적이었고 돌아온 이유는 교통이었다.

이 왕복이 대한민국 신도시 60년의 모양이다. 그 모양을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가 마지막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