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편을 왔다. 정조의 수원에서 시작해 3기 신도시의 첫 입주와 1기 신도시의 재건축까지 왔다. 이제 남은 물음은 하나다. 이 60년을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성과는 도시가 아니라 역량이다
가장 큰 성과는 개별 도시가 아니다. 국가가 도시문제를 공간으로 해결하려는 역량을 축적했다는 것이다.
주택난이 심할 때 대규모 공급을 실행했고 산업화가 필요할 때 산업도시를 만들었으며 행정기능 분산과 균형발전이 필요할 때 목적도시를 만들었다. 1기 신도시는 주택공급과 서울 과밀 완화에 실제 효과를 남겼다. 2기와 3기는 자족기능과 광역교통을 계획 조건으로 끌어올렸다.
기록이 남았다는 것도 성과다. 국토교통부와 LH의 정책자료, 서울기록원의 목동 기록, 성남시사의 광주대단지 기록, 서울역사박물관의 영동 개발 자료, 당시 신문 기사, 법령과 평가 보고서가 서로 대조된다. 이 연재가 스물여섯 편을 갈 수 있었던 것도 그 자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의 기록도 자산이다. 광주대단지 사건과 영동 개발의 투기, 검단의 수요 논쟁, 위례의 행정경계 문제, 1기의 노후화는 부끄러운 부록이 아니라 핵심 자료다. 도시정책은 성공한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세 가지가 세대를 바꿔가며 반복됐다
한계를 하나씩 세면 여덟 가지쯤 되지만 반복된 것은 셋이다.
첫째는 서울 의존 통근 구조다. 1기는 주택공급 속도에 비해 일자리와 교통이 늦었다. 2기는 자족기능을 강조했지만 도시별 편차가 컸다. 3기는 이 문제를 알고 출발했으나 검증은 지금부터다.
둘째는 기반시설과 입주 시점의 불일치다. 아파트 입주는 빠른데 철도와 학교, 병원, 상업시설이 늦게 따라온다. 23편에서 본 3년이 그것이다. 이 시차가 주민에게는 신도시의 첫 기억이 된다.
셋째는 원주민 보상과 이주다. 신도시는 새 입주민에게 기회지만 기존 주민에게는 수용과 보상, 생활권 상실의 사건이다. 광주대단지 하나만 보면 1970년대의 예외적 폭발처럼 보인다. 목동과 상계, 3기의 보상 갈등을 함께 놓으면 다르게 읽힌다. 이주와 보상은 시대를 바꿔 반복되는 구조다.
명칭도 마찬가지다. 화성에서 동탄으로 바뀐 것만 보면 이미지 회피라는 일화로 끝난다. 김포양촌에서 김포한강으로, 이의에서 광교로, 송파에서 위례로,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세종으로 이어 놓으면 도시 이름은 정책목표와 시장 이미지, 행정구역, 주민 정체성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원리가 나온다.
자족성은 측정된 적이 없다
가장 많이 쓰였고 가장 덜 검증된 말이다.
자족용지를 확보하는 것과 실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다르다. 기업이 들어오는 것과 주민의 직주근접이 실현되는 것도 다르다. 3기가 내건 자족용지 10퍼센트는 땅의 용도를 정한 것이지 고용을 약속한 것이 아니다.
판교는 자족성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그 성공을 2기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한 사례의 성공을 세대의 성격으로 옮기는 순간 평가가 흐려진다.
계획 언어와 주민 경험 사이
공식 자료는 교통체계와 자족기능, 쾌적한 주거환경을 말한다.
주민은 다른 것으로 도시를 경험한다. 출근 시간, 학교 배정, 병원까지의 거리, 버스 배차 간격, 상가 공실, 아이를 데리고 걸을 수 있는 거리, 동네 이름을 말할 때의 자부심이다.
이 연재가 스물여섯 편 내내 붙들었던 것이 이 간격이다. 환승저항을 다룬 대표기획도, 3기의 입주와 철도 사이 3년을 따진 것도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공급자 성과가 아니라 거주 경험으로 신도시를 평가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신도시는 빈 땅에 서지 않는다
한 가지가 자주 빠진다. 신도시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 독립적으로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기존 시가지와 농촌, 산업단지, 군부대, 골프장, 하천, 고속도로, 철도, 원주민 생활권 위에 올라선다. 주변을 흡수하거나 밀어내고 때로는 원도시의 기능을 빨아들인다.
이 관계를 빼면 신도시의 성과는 과장되고 피해는 축소된다. 성남을 볼 때 분당과 판교만 보면 성공한 도시가 되고 원도심의 출발을 함께 보면 다른 도시가 되는 것과 같다.
무엇을 바꿔야 하나
방향은 여섯 갈래로 정리된다.
광역교통은 사후 보완이 아니라 입주 전 필수 조건으로 관리해야 한다. 자족성은 용지 면적이 아니라 실제 고용과 통근, 소비로 평가해야 한다. 원주민과 기존 주민, 신규 입주민의 이해관계는 사업 초기부터 따로 관리해야 한다. 성공 지표를 공급 호수에서 생활권 성숙도와 학교·의료·상업 접근성으로 넓혀야 한다. 사건과 명칭을 분석 항목으로 독립시켜야 한다. 그리고 새 신도시 계획과 노후 신도시 정비를 따로 보지 말고 수도권 전체의 주택·교통·일자리 재배치 문제로 함께 다뤄야 한다.
하나를 더하면 평가 시점을 나눠야 한다. 계획 당시의 목표와 입주 후의 주민 경험, 30년 뒤의 정비 가능성은 서로 다른 물음이다. 분당은 초기 공급 성과와 지금의 노후화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위례는 입지의 장점과 행정경계, 교통 지연을 따로 놓고 봐야 한다. 같은 도시도 세 시점에서 평가가 갈린다.
60년을 한 문장으로
대한민국 신도시사는 서울 밖에 집을 지은 역사가 아니다.
국가가 산업화와 서울 집중, 주택난, 이주 갈등, 토지 문제, 균형발전, 광역교통, 노후화를 도시공간으로 해결하려 한 반복된 실험의 역사다. 집은 그 실험의 결과물이지 목적이 아니었다.
1989년에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니다. 1960년대 산업화와 서울 신시가지 개발에서 출발해 영동과 성남, 1970년대 산업·행정 계획도시, 1980년대 목동과 상계를 거쳐 1기로 이어졌다. 1기와 2기, 3기의 차이도 연도가 아니라 문제의식의 차이다. 각 세대는 앞 세대가 남긴 문제에 대한 답으로 만들어졌다.
연재를 닫으며
25편에서 이 도시들을 거리순으로 세웠다. 서울 안에서 시작해 점점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왕복이었다. 멀어진 이유는 땅값과 면적이었고 돌아온 이유는 교통이었다.
지금 그 왕복의 끝에서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3기의 첫 입주가 올해 12월 인천 계양에서 시작된다. 1기의 재건축 이주가 2027년부터 본격화된다. 그 사이를 메울 광역철도들이 2030년과 2031년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신도시사가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 정책사인 이유가 여기 있다. 지금 내려지는 결정이 다음 30년의 도시를 만든다.
이 연재는 여기서 마친다. 인천 계양의 첫 입주가 시작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이어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