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이 갈린다. 누구는 분당과 일산을 떠올리고 누구는 창원과 울산을 말한다. 목동과 상계를 "도시내 신도시"로 부르는 자료도 있고 정조의 수원 화성을 한국 최초의 계획 신도시라 설명하는 해설도 있다.

이 혼선은 용어 정리를 안 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신도시라는 말이 시기마다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려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말의 역사를 쓰려면 정의를 하나로 좁히는 것부터가 아니라, 몇 겹으로 쌓여 있는지를 세는 것부터 해야 한다.

세 가지 흔한 오류

가장 자주 나오는 오류는 신도시를 1기 신도시부터 시작된 말로 좁히는 것이다. 그렇게 쓰면 울산과 영동, 성남, 과천, 목동, 상계 같은 앞선 층위가 통째로 빠진다. 1989년 이전에도 국가는 계속 도시를 새로 지었다.

반대 방향의 오류도 있다. 신도시를 너무 넓게 잡아 모든 새 주거단지를 같은 등급으로 묶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1·2·3기처럼 정부가 공식 세대로 묶어 관리한 대상이 가진 특성이 흐려진다. 택지개발지구와 신도시는 규모도 절차도 다르다.

세 번째는 신도시를 공급 성과로만 보는 오류다. 몇 만 호를 언제까지 지었는가로만 읽으면 성남 광주대단지 사건도, 영동 개발의 투기와 교육 계층화도, 동탄과 위례의 명칭 전략도, 1기 신도시의 노후화도 설명되지 않는다. 도시는 지어진 뒤에도 계속 문제를 만든다.

그래서 세 겹으로 읽는다

첫째 겹은 정책 문서가 부여한 공식 범위다. 어떤 법으로 지정됐고 어떤 계획에 이름이 올랐는가.

둘째 겹은 실제 도시공간이 만들어진 역사다. 언제 땅을 사고 언제 착공했으며 무엇이 먼저 들어섰는가.

셋째 겹은 주민이 체감한 생활권과 갈등이다. 누가 밀려났고 누가 들어왔으며 무엇이 부족했는가.

세 겹이 겹치는 곳이 많을수록 신도시라는 말이 강하게 적용된다. 하나만 충족하면 선례나 보조 사례로 다루는 편이 안전하다. 정조의 수원이 그런 경우다.

분당 중앙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와 공원
분당 중앙공원 일대(2007년). 1989년부터 조성된 1기 신도시는 서울 외곽에 대규모 주거지를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사진: Jfranklee /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

시기마다 다른 문제를 풀었다

1950년대는 전후복구와 비계획적 시가지 확장의 시기였다.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중심이었고 아직 신도시라 부를 만한 것은 없었다.

1960년대에 현대적 신도시가 출발한다. 울산 신시가지와 여의도·영동, 성남 이주정착지가 이 시기에 나온다. 산업화와 서울의 팽창이 계획적 개발을 밀어붙였다.

1970년대에는 산업정책과 행정기능 분산이 도시를 만들었다. 구미와 창원, 여천, 포항이 공업단지를 중심으로 섰고, 잠실이 개발됐으며, 과천에 정부청사가 들어섰다.

1980년대의 무대는 서울 안이었다. 목동과 상계가 주택 중심의 도시내 신도시로 조성됐고 개포와 고덕에도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섰다. 목동 신시가지 개발 기공식이 1983년 12월 9일이다. 행정 계획이 현장 사업으로 넘어간 날짜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가 1기 수도권 신도시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 29만 호대가 공급됐다. 서울의 주택난과 과밀에 대응한 대규모 외곽 주거지였다.

1990년대에는 반작용이 왔다. 대규모 신도시에 대한 비판 뒤로 소규모 분산개발과 준농림지 개발이 허용됐고 기반시설 부족이 문제가 됐다. 2기 신도시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2000년대에는 주택공급에 자족과 거점, 균형발전 논리가 결합한다. 2기 신도시와 혁신도시, 행복도시가 같은 시기에 추진됐다.

2018년 이후가 3기다. 왕숙·왕숙2, 교산, 계양, 창릉, 대장 등 여섯 지구로, 서울에 인접하고 30분대 접근을 목표로 삼으며 자족용지와 광역교통을 앞세운다.

그리고 2024년 4월 27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시행됐다. 신도시가 새 도시를 짓는 일에서 이미 지은 도시의 생애를 관리하는 일로 옮겨 간 시점이다.

도시는 발표되는 날 태어나지 않는다

이 시간층이 보여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발표일과 도시가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시점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지구 지정과 보상, 착공, 분양, 첫 입주, 학교 개교, 철도 개통, 상권 형성, 일자리 유치는 저마다 다른 속도로 진행된다. 주민에게는 첫 입주일이 가장 중요할 수 있고 정책 평가에는 준공일이나 광역교통 개통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한 날짜로 도시의 생애를 대표시키는 방식은 어느 쪽에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 연재는 도시마다 같은 여덟 개를 같은 순서로 묻는다.

발표 단계에서는 왜 이 도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는지를 본다. 지정 단계에서는 어떤 법적·행정적 범위가 확정됐는지 확인한다. 보상과 이주 단계에서는 기존 주민과 토지 소유자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묻는다. 착공과 분양에서는 실제 주택공급이 언제 시작됐는지, 첫 입주에서는 주민이 어떤 기반시설 조건에서 들어왔는지를 본다. 교통이 열린 시점에서는 서울이나 모도시로 가는 접근성이 언제 체감됐는지, 일자리에서는 자족기능이 용지 계획을 넘어 실제 고용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한다. 마지막은 노후화다. 그 도시가 20~30년 뒤 다시 계획 대상이 됐는가.

같은 질문을 같은 순서로 던지면 도시끼리 비교가 된다. 분당과 동탄과 교산은 규모도 시기도 조성 방식도 다르지만 이 여덟 개 앞에는 나란히 세울 수 있다. 어느 단계에서 어긋났는지가 도시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이 1기와 2기다. 1기는 빠른 대량공급의 성격이 강해 주택 입주와 교통·업무 기능 사이에 시차가 남았다. 2기는 자족기능과 광역교통을 더 강조했지만 도시별 개발기간이 길어 계획 목표와 체감 성과의 간격이 커졌다. 3기는 그 문제를 알고 출발했기 때문에 광역교통을 먼저 반영하고 자족용지를 크게 잡았다고 말한다. 다만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이 연재가 물을 것

앞으로 스물여섯 편에 걸쳐 이 순서를 따라간다. 물음은 네 가지다.

대한민국 신도시사는 어디서부터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안전한가. 목동과 상계는 1기 이전의 어떤 단계인가. 1기·2기·3기는 연대기 구분을 넘어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리고 이 도시들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첫 물음부터 시작한다. 다음 편은 정조의 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