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신도시사를 수도권 2기만으로 쓰면 빠지는 것이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기업도시 같은 목적도시다. 이들은 1·2·3기라는 세대 구분에 들어가지 않지만 대한민국 계획도시사의 중요한 축이다.
목적도시가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어디에 집을 공급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국가 기능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다.
주택과 생활기반도 갖춘다. 다만 주택공급은 목표 자체라기보다 목적 기능을 수용하기 위한 조건에 가깝다.
과천과는 다르다
앞서 본 과천은 서울권 안에서의 행정기능 분산이었다. 청사는 옮겨 갔지만 서울 생활권 안에 남았다.
세종은 중앙행정기관을 수도권 밖으로 옮기고 새 도시구조를 설계한 사례다. 거리가 다르고 이유가 다르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균형발전이 명분이었다.
여섯 생활권에 다른 기능을 넣었다
행복청의 지구단위계획 설명을 보면 이 도시가 청사 이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다.
행복도시는 총 6개 생활권역과 23개 수립단위로 나뉜다. 그리고 생활권마다 다른 기능이 배치됐다.
1생활권은 중앙행정, 2생활권은 상업·문화·국제교류, 3생활권은 지방행정, 4생활권은 산업·대학·연구, 5생활권은 의료·복지, 6생활권은 첨단지식기반이다.
도시 하나를 여섯 개의 기능 단위로 나눠 설계한 것이다. 한 도시 안에 서로 다른 중심을 여섯 개 두겠다는 구상이다.
이중환상형이라는 구조
도시 형태도 특이하다. 행복청 자료는 행복도시가 이중환상형 도시구조를 채택했다고 설명한다. 중심이 하나가 아니라 고리 모양으로 도는 구조다.
여섯 개 생활권은 다시 인구 2~3만 명 규모의 기초생활권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 기초생활권 안에 문화와 체육, 복지, 보건, 의료시설이 배치된다.
세종은 청사 이전과 주택공급을 넘어 행정기능과 생활권 단위의 공공서비스를 결합하려 한 도시다. 어느 아파트에 살든 걸어서 닿는 거리에 공공서비스가 있게 하겠다는 설계다.
세 가지를 나눠서 평가해야 한다
세종의 성패를 한 문장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물어야 할 것이 세 갈래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행정이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실제 행정효율성과 국가균형발전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부처가 옮겨 간 것과 국가 운영이 바뀐 것은 다른 문제다.
둘째는 정주성이다. 생활권 단위의 복합커뮤니티센터와 공공시설 배치가 주민이 실제로 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는가. 설계 의도가 생활로 이어졌는지의 문제다.
셋째는 광역권 관계다. 대전과 청주, 공주, 조치원 같은 주변 도시와의 관계가 서로 보완하는 쪽으로 작동했는가. 아니면 기능을 흡수하고 통근권만 넓힌 것인가.
셋 가운데 어느 하나만 보면 세종은 성공으로도 실패로도 보인다. 그래서 행정기능과 생활권, 광역권 관계를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
신도시사의 지도가 넓어진다
목적도시를 넣으면 대한민국 신도시사의 지도가 수도권 밖으로 나간다.
수도권 1·2·3기 신도시는 서울 문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목적도시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기능을 지방으로 배치하려는 논리에서 나온다. 출발점이 반대다.
그래서 이 역사는 두 축을 함께 다뤄야 한다. 수도권 주택정책과 국가균형발전 정책. 3기 신도시 개발전략 연구도 2000년대 후반에 국토공간의 균형개발과 지역발전을 위해 지방에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기업도시 같은 특화된 도시개발이 이뤄졌다고 정리한다.
다음 편에서는 나머지 둘을 본다. 공공기관을 옮긴 혁신도시와 민간투자로 만든 기업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