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는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고 그 기관을 지역 성장거점과 연결하려는 정책이다. 기업도시는 민간기업의 투자와 지역개발을 결합한 별도 유형이다. 둘 다 주택공급이 목적이 아니었다.

혁신도시는 기관 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법령상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과 산학연 클러스터, 정주환경 조성을 함께 다룬다.

그런데 실제 평가는 이전기관이 몇 개 왔는가로 끝나지 않는다. 기관 종사자가 그 지역에 정착했는가. 가족이 함께 이주했는가. 지역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과 협력망이 생겼는가. 원도심과 혁신도시가 경쟁하지 않고 연결됐는가.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의 총괄 현황은 산학연 클러스터를 공공기관과 연계된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혁신을 일으키도록 조성된 용지로 설명한다. 그리고 혁신도시 전체의 6.6%에 해당하는 클러스터 용지 현황을 제시한다.

이 설명이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혁신도시의 목표는 기관 이전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기업, 대학, 연구소의 관계망 형성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어렵다

공공기관이 이전해도 지역 산업과 연구 생태계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청사가 들어오고 아파트가 지어진 뒤에도 가족은 수도권에 남을 수 있다. 지역 대학과의 협력은 프로젝트 단위에 머물 수 있다. 혁신도시 상권과 원도심 상권이 서로 분리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혁신도시 평가의 기준은 "이전 완료"가 아니라 "지역 혁신 체계로의 편입"이어야 한다. 옮겨 온 것과 뿌리내린 것은 다르다.

혁신도시를 신도시사에 넣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도권 주택난을 풀기 위한 도시는 아니지만 국가가 새 도시공간을 만들어 기능을 옮기고 인구와 고용을 재배치하려 한 계획도시이기 때문이다. 세종과 함께 국가균형발전형 신도시사의 한 축을 이룬다.

기업도시는 사업 논리가 다르다

기업도시는 공공이 택지를 조성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과 다르다. 민간기업의 투자와 지역개발을 결합하고 산업과 관광, 레저, 지식기반 기능을 도시개발과 함께 추진한다.

국토교통부의 2005년 보도자료는 기업도시 시범사업지로 무안과 충주, 원주, 무주를 1차 선정하고 태안과 영암·해남을 재심의 대상으로 뒀다고 설명한다. 같은 해 후속 자료는 해남·영암과 태안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추가 선정했다고 밝혔다.

목적이 분명한 만큼 위험도 분명하다

기업도시의 위험은 구조에서 나온다.

민간투자가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흔들리면 도시 전체의 성숙이 늦어진다. 공공사업이라면 예산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이 민간사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경기 변동과 수요 예측에 취약하다. 산업교역형과 지식기반형 기업도시는 실제 기업 유치와 고용창출이 계획대로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도시는 민간기업에게 제한적 토지수용권이 부여되는 구조를 포함한다. 그래서 원주민 이주대책과 생활대책이 특히 중요하다. 국토교통부는 기업도시 이주대책 기준 제정 자료에서 생활 근거를 잃는 주민을 위한 이주대책과 상가용지 공급, 고용계획, 직업훈련 같은 생활대책을 제시했다.

자족을 더 강하게 요구받는다

계획기준으로 봐도 기업도시는 일반 신도시보다 무거운 조건을 진다.

3기 신도시 계획기준 연구는 기업도시 계획기준을 산업도시 개념을 넘어 기술개발과 혁신이 지속되는 도시 조성, 산·학·연·관 시설이 집적된 혁신시설지구 계획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자족시설용지 비율을 30% 이상, 거점확장형은 40% 이상으로 제시한다.

앞서 본 평촌의 주택건설용지가 37.8%였다는 것과 견주면 이 비율의 무게가 짐작된다. 기업도시는 주택공급보다 기능 유치와 고용 창출을 더 강하게 요구받는 도시다.

신도시의 성공 기준이 넓어진다

그래서 기업도시를 "민간이 만든 신도시"로 부르면 부족하다.

공공의 지역개발 목표와 민간의 투자논리, 원주민 이주대책, 장기 수요예측, 산업과 관광 기능의 지속성이 충돌하는 목적도시다.

기업도시를 신도시사에 넣으면 신도시의 성공 기준이 넓어진다. 분양률과 입주율만이 아니라 사업구조와 지역경제 파급효과까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도시가 신도시사에 넣는 것

행복도시와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넣으면 이 역사의 지도가 수도권 밖으로 넓어진다.

다만 평가는 쉽지 않다.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옮겨 왔다고 지역 혁신 생태계가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민간투자가 들어왔다고 장기 정주성과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목적도시 평가에는 이전 기관 수와 종사자 수만이 아니라 지역 대학·기업과의 연계, 통근권, 정주 만족도, 원도심과의 관계까지 들어가야 한다.

목적도시는 신도시사의 보조 장이 아니라 주택공급형 신도시와 나란히 놓아야 할 별도 축이다. 이 축을 넣어야 대한민국 신도시사가 "서울 집값을 잡으려고 외곽에 아파트를 지은 역사"로 축소되지 않는다.

이 역사는 산업화와 행정기능 분산, 수도권 주택공급, 균형발전, 자족도시 실험, 그리고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서로 겹친 역사다.

다음 편부터는 가장 최근의 세대를 본다. 3기 신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