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는 목동처럼 한 덩어리로 읽히지 않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그 주변에 저층주거지와 이주민 정착의 흔적이 남았다. 지금은 재개발 압력이 그 위에 겹쳐 있다.
서울시의 상계5동 재개발 자료는 이 일대가 세 개의 층위를 동시에 갖는다고 정리한다. 1960년대 이주민 정착, 1980년대 주변 대규모 아파트 개발, 그리고 일부 노후 저층주거지의 잔존.
한 동네 안에 60년이 겹쳐 있다는 뜻이다.
서울 안의 외곽
상계의 위치는 독특하다. 행정구역상 서울이지만 생활권과 도시 이미지에서는 주변부였다.
분당과 일산은 서울 밖에 새 도시를 만들었다. 상계는 서울 안에서 북부의 주거지를 넓혔다. 서울 내부의 외곽이라는 자리다.
목동이 공영개발 신시가지의 완결성을 보여준다면, 상계는 대규모 개발 이후에도 주변부가 어떻게 남고 다시 개발 대상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진행되는 재개발 논의는 40년 전 개발의 뒷면이다.
1985년에 발표된 3만 가구
상계동 일대는 서울 편입 이후 도시빈민 이주정책과 무허가 정착지가 형성된 곳이었다.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자리를 잡은 곳이라는 뜻이다.
1985년 택지개발과 주공아파트 약 3만 가구 신시가지 계획이 발표되면서 격렬한 철거 반대 투쟁이 벌어졌다는 연구가 있다.
1986년 10월 상계5동 173번지 재개발지역 세입자들은 고려대 학생들과 철야단식농성을 벌였다. 현장에서도 세입자 200여 명이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뒤 미사를 이어갔다.
상계동에서 명동성당으로, 다시 부천으로
이후 철거민들은 세 곳을 옮겨 다녔다. 상계동 현장, 명동성당 천막, 그리고 부천 고강동 이주지다.
1988년 1월 MBC 보도는 명동성당에서 1987년 4월부터 천막생활을 해온 상계동 철거민들이 천주교와 서울시의 지원으로 부천 고강동의 850평 땅을 사서 그해 3월 초 이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밀려나 상계에 자리 잡았던 사람들이 상계에서 다시 밀려나 부천으로 갔다. 이 이동은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으로 남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와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작품이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기록했다고 설명한다. 카메라는 상계동에서 명동성당, 부천으로 이어지는 이동을 그대로 따라갔다.
요구는 추상적이지 않았다
이때 주민들이 내건 것은 보상금 액수가 아니었다. 최소한의 삶의 공간 보장, 세입자 주거권, 강제철거 중단이었다.
작품이 담은 포클레인과 용역, 전투경찰, 천막과 임시 거처의 장면은 상계 신시가지가 단지 배치와 주택 공급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주민을 어디까지 도시계획의 주체로 인정했는가의 문제였다.
올림픽과 떼어 놓을 수 없다
상계동 투쟁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읽어야 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미관을 이유로 서울 여러 판자촌이 정비 대상이 됐다. 상계동 173번지 주민 80여 세대도 그 압력 속에서 철거와 이주를 겪었다는 후속 보도가 있다.
보상과 이주 처리도 깔끔한 해결이 아니라 임시적 타협에 가까웠다. 부천 고강동 이주지는 마련됐지만 땅값이 오르고 필지를 나누는 문제가 생기면서 가구당 약 8평씩 배분됐다. 일부는 팔고 떠났고 일부는 남았다. 공동체가 그렇게 갈라졌다.
그래서 상계는 무엇인가
상계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으로 요약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정확히는 이렇다. 난민정착지와 무허가주거지, 철거민 투쟁, 올림픽 도시미화 압력, 중산층 아파트 단지화가 한 공간에서 차례로 이어진 곳이다. 지금의 재개발 논의는 그 다섯 번째 층 위에 여섯 번째를 얹는 일이다.
목동과 상계, 그리고 앞서 본 성남 광주대단지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가 분명해진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는 각각 공영개발 신시가지, 서울 동북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서울 외곽 이주정착지다. 그런데 함께 봐야 할 것은 철거민 대책 요구와 세입자 입주권, 무허가정착지와 철거 반대 투쟁, 생계와 교통과 기반시설의 부재다.
세 사례 모두 주택공급이라는 지표의 설명력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공급된 주택 수만 보면 도시는 성공이다. 이주한 사람과 밀려난 사람의 장부를 같이 보면 다른 역사가 나온다.
다음 편부터 1기 신도시로 넘어간다. 주택 자체가 목적이 되는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