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이름은 지도 위의 표기가 아니다. 분양성과 지역 이미지, 강남 접근성, 행정구역 사이의 이해관계, 역사적 상징을 함께 싣는 장치다. 2기 신도시에서는 이름 자체가 정책의 일부였다.
화성이 동탄이 된 이유
가장 선명한 사례가 동탄이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국토지공사는 경기도 화성 동탄택지개발지구를 가리킬 때 "화성신도시" 대신 "화성·동탄신도시"라는 이름을 강조했다. 기사가 제시한 이유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이미지가 아직 강하게 남아 분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도시 명칭이 행정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입주민에게 팔리는 도시 이미지의 설계였다는 뜻이다. 지금 동탄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화성신도시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송파에서 위례로
위례도 이름의 정치가 강하게 작동한 곳이다.
2005년 8·31 대책 국면에서 이 사업의 이름은 송파신도시였다. 강남권 주택수요를 대체하는 카드로 작동하는 이름이었다.
2007년 송파·거여 택지개발지구의 공식 명칭이 위례 택지개발지구로 바뀐다는 보도가 나온다.
두 이름의 성격이 다르다. 송파는 강남권 시장 기대를 끌어올리는 이름이었다. 위례는 서울 송파구와 성남시, 하남시에 걸친 접경 개발을 역사 지명으로 묶는 이름이었다.
이 지구가 세 지자체에 걸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송파라는 이름은 애초에 성남과 하남 쪽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광교는 세 번 불렸다
광교는 이름이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초기에는 수원 이의동 일대의 행정신도시라는 지리적·기능적 이름으로 불렸다. 명칭 공모에서는 광교테크노밸리가 선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2005년 12월 공동시행자 협의체에서 다른 의견이 나온다. 광교테크노밸리라는 이름을 신도시 전체에 적용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으니, 연구개발지구는 광교테크노밸리로 두고 사업지구명은 광교신도시로 하자는 것이다. 개발계획 승인 때 광교신도시로 최종 변경됐다.
기능을 강조하는 이름과 지구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을 분리한 사례다.
김포양촌이 김포한강이 된 이유
2008년 국토해양부는 김포 양촌지구 신도시를 김포 한강신도시로 바꾸는 지정 변경을 승인했다. 제시된 이유는 친근한 명칭, 새로운 도시브랜드 창출, 명품신도시 홍보효과였다.
여기서 "한강"은 위치를 알려주는 말이 아니다. 김포를 수도권 서북부 외곽이 아니라 한강을 끼고 있는 도시로 보이게 하는 장치다. 양촌이라는 행정지명이 주는 농촌 이미지를 걷어 내는 효과도 있다.
파주에서는 이름이 충돌했다
파주는 다른 유형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있는 이름끼리 부딪혔다.
파주 일대에서는 운정신도시와 교하신도시, 파주신도시가 혼용됐다. 교하라는 오래된 지명을 써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운정으로 입주와 분양, 교통 인식이 굳었다는 주장이 맞섰다.
2011년 보도는 파주시가 교하신도시 명칭을 폐지하고 운정신도시로 통일하는 흐름을 전한다. 그러면서 명칭 혼용이 대중교통 이용과 분양 과정에서도 혼선을 낳았다고 설명한다.
이름이 정리되지 않으면 버스 노선 안내와 부동산 광고, 행정 서류가 서로 다른 말을 쓰게 된다. 생활의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세종은 규모가 다르다
수도권 2기는 아니지만 세종은 이름의 정치가 가장 크게 작동한 사례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는 국민공모와 토론을 거쳐 이 도시의 이름을 세종으로 확정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기능을 설명하는 이름이라면 "세종"은 국가 상징과 균형발전의 정당성을 실어 나르는 이름이다. 도시의 법적 지위와 국가 정체성, 균형발전 담론이 한 이름에 담겼다.
다섯 가지 유형
지금까지의 사례를 성격으로 묶으면 다섯 갈래가 된다.
부정 이미지 회피형은 기존 행정명이나 지역 이미지가 분양과 정착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경우다. 화성이 동탄이 된 것이 여기 해당한다.
광역 브랜드 창출형은 행정지명보다 더 넓고 긍정적인 자연·상징 이미지를 쓰는 경우다. 김포양촌이 김포한강으로, 송파가 위례로 간 것이 그렇다.
기능 이미지 강조형은 행정과 첨단, 국제화, 자족성 같은 계획 목표를 이름에 반영한다. 이의가 광교가 되고 고덕에 국제화가 붙은 것이 이 유형이다.
지역 정체성 충돌형은 오래된 지명과 새 브랜드가 부딪히는 경우다. 파주의 운정과 교하다.
국가 상징 부여형은 국가 프로젝트의 정당성과 상징을 이름으로 강화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세종이 된 경우다.
이름을 보면 도시가 팔리는 방식이 보인다
그래서 이름의 정치는 부록이 아니다.
도시 이름은 누가 그 도시를 팔고, 누가 그 도시를 기억하고, 누가 그 도시에 소속감을 갖는지를 드러낸다.
이 주제를 제대로 보려면 네 가지를 따로 모아야 한다. 최초 보도자료와 지구 지정 당시의 명칭, 명칭 공모나 변경 고시, 언론이 쓴 관용명, 그리고 입주민이 실제로 쓰는 생활권 이름. 이 넷이 서로 다르면 그 차이 자체가 분석할 거리다.
다음 편에서는 이름을 얻은 뒤 실제로 어떤 도시가 됐는지를 본다. 동탄1과 동탄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