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를 분당과 일산에서 시작하면 신도시의 역사는 서울 밖의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1989년 이전에 서울은 이미 자기 안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3기 신도시 공식 설명은 1980년대에 목동과 상계동에 주택 중심의 도시내 신도시가 건설됐다고 적는다. 개포와 고덕, 목동, 상계가 서울 시내 대규모 주거단지로 조성됐다는 정리다. 서울시도 목동과 상계를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도시관리 대상으로 다룬다.
도시내 신도시. 낯선 말이지만 이 표현이 정확하다.
1기 신도시는 갑자기 나오지 않았다
목동과 상계를 신도시사에 넣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전에 무엇이 있었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서울 안에서 이미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있었다. 공영개발 방식이 쓰였고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으며 학교와 상업시설, 공원, 열병합 같은 생활기반이 함께 들어갔다.
1기 신도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서울 내부에서 쌓은 대규모 주거지 개발 경험을 외곽으로 옮긴 것이다. 분당과 일산의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었던 최근 사례가 목동과 상계였다.
그래도 같은 범주는 아니다
다만 둘을 1기 신도시와 같은 칸에 넣으면 다른 것이 흐려진다.
목동과 상계는 서울 내부 신시가지다. 1기 신도시는 수도권 외곽의 공식 신도시 세대다. 행정구역이 다르고 통근 구조가 다르며 무엇보다 서울의 주택시장·교육시장과 맞물리는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목동과 상계는 1기 신도시의 직접 기원이라기보다 1기 이전의 중간 단계에 가깝다. 부분적으로 겹치고 부분적으로 다르다.
두 곳은 서로 다른 것을 보여준다
목동과 상계는 나란히 놓기 좋다. 성격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목동은 완결성을 보여준다. 계획된 가로망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학교, 상업시설, 공원, 기반시설이 한 묶음으로 들어갔다. 공영개발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게다가 개발 기록이 두껍게 남아 있어서 결과만이 아니라 결정 과정까지 따라갈 수 있다.
상계는 주변부성을 보여준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그 주변에 기존 저층주거지와 이주민 정착의 흔적이 남았고 지금은 재개발 압력이 겹쳐 있다. 서울시의 상계5동 재개발 자료는 이 일대가 1960년대 이주민 정착, 1980년대 대규모 아파트 개발, 일부 노후 저층주거지의 잔존이라는 층위를 동시에 갖는다고 정리한다.
상계는 계획된 아파트 도시와 계획 바깥의 주변부를 한 화면에 담고 있다. 목동이 공영개발의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상계는 대규모 개발 이후에도 주변부가 어떻게 남고 다시 개발 대상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서울 안의 외곽
상계에는 이상한 위치가 하나 더 있다. 행정구역상 서울이지만 생활권과 도시 이미지에서는 주변부였다.
분당과 일산은 서울 밖에 새 도시를 만들었다. 상계는 서울 안에서 북부의 주거지를 넓혔다. 그러니까 상계는 서울 내부의 외곽이라는 자리에 있다. 이 위치가 뒷날 재개발·재건축 논의로 이어진다.
공급된 주택 수만 보면 놓치는 것
두 곳을 같이 놓으면 1980년대 서울 내부 신시가지의 공통 문제가 드러난다.
새 아파트 단지와 새 생활권은 도시계획의 성과로 남는다. 그런데 그 이전에 살던 사람들에게 이 일은 철거와 보상, 세입자 권리, 이주지 확보의 문제였다.
이 점은 성남 광주대단지와 이어진다. 성남이 서울의 빈곤을 외곽으로 밀어낸 사례라면, 목동과 상계는 서울 내부에서 새 주거지 개발이 기존 주민을 밀어내며 진행된 사례다. 방향만 다르고 구조는 같다.
그래서 주택공급이라는 지표만으로는 이 도시들을 평가할 수 없다. 공급된 주택 수만 보면 도시는 성공으로 보인다. 이주한 사람과 밀려난 사람의 장부를 같이 놓으면 완전히 다른 역사가 나온다.
다음 두 편에서 그 장부를 하나씩 본다. 먼저 목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