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3일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과 지역 산업·대학 연계, 정주 여건 개선, 신속한 이전을 원칙으로 내놓자 지자체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가 9월 4일 전한 지자체 반응과 그 앞뒤로 나온 공식 자료를 보면 준비의 형태는 지역마다 달랐다. 아직 어느 기관이 어디로 갈지 확정되지 않은 단계이며 지금 드러난 것은 지자체가 내세우는 유치 논리와 준비 수준이다.
나주, 빈 사무공간을 먼저 내놓다
나주는 9월 4일 정부 원칙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미 자리 잡은 관련 기관과의 집적을 유치 논리로 앞세웠다. 같은 날 브릿지경제 보도에 따르면 나주시는 77개 건물에 15만 7,549제곱미터, 약 3,5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실 업무공간이 있다고 제시했다. 시가 자체 추산한 수치이고 정부가 승인한 이전 규모는 아니다. 다만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해 속도를 내겠다는 정부 방향에 지자체가 구체적인 물량으로 답한 사례다.
충북과 강릉은 조직으로 준비했다
충북은 9월 3일 낸 입장문에서 정부 원칙을 환영하며 시·군과 대학·기업이 함께 정주 여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은 하루 뒤인 9월 4일 유치위원회에서 범시민 추진단 구성을 의결했다. 두 지역 모두 아직 특정 기관의 유치를 확정 짓지는 못했다. 다만 정부가 강조한 정주 여건과 지역 연계라는 원칙에 맞춰 조직을 갖춰 나가는 단계에 들어섰다.
제주는 연관 산업을, 울산은 다른 종류의 유치전을 편다
제주는 9월 4일 보도를 통해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해양환경공단, 코트라를 핵심 유치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발표 이전부터 이어 온 유치 활동이다. 그럼에도 지역 산업과 연관된 기관을 콕 집어 제시한 만큼 정부가 내세운 산업 연계 원칙에 맞춘 논리로 볼 수 있다.
울산은 발표 전부터 목록을 만들어 뒀다. 시가 8월 21일과 9월 1일 두 차례 낸 자료를 보면 에너지 분야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석유관리원, 산업 인공지능 전환 분야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한국산업기술진흥원·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중소기업은행 본점을 유치 대상으로 꼽았다. 9월 4일에는 경제부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통합 본사도 유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통합 본사는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이번 2차 이전과 결이 다른 사안이다. 기존 지방 소재 공기업의 기능 개편과 통폐합 과정에서 본사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며 수도권에서 새로 내려오는 기관을 유치하는 경쟁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
전북의 지원안은 아직 준비 단계다
전북은 6월 1일 자료에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을 핵심 유치 대상으로 제시했다. 9월 1일 자료에서는 주거·교육·의료·문화·재정·기업금융·산업연계·입지 여덟 개 분야를 묶은 지원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의 표현대로 지원안은 아직 준비 단계이며 실제 규모나 시행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같은 기관에 여러 지역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전북과 울산이 각각 공식 자료로 유치 의사를 밝힌 기관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도 울산의 공식 자료와 제주의 9월 4일 유치 대상 목록에 함께 올라 있다. 어느 기관이 어디로 갈지는 정부가 4분기에 내놓을 이전계획에서 가려질 문제다.
LH를 둘러싼 것은 다른 문제다
경남 진주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기능 개편으로 분리되더라도 본사만큼은 지역에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역시 수도권 기관을 새로 유치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자리 잡은 기관을 지역이 지켜 내는 문제다. 울산의 통합 본사 유치와 마찬가지로 2차 이전의 신규 유치 경쟁과 같은 저울에 놓고 비교할 사안은 아니다.
물량보다 연관성을 봐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원칙에 비춰 보면 나주처럼 즉시 쓸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거나 제주처럼 지역 산업과 맞는 기관을 콕 집는 쪽이 단순히 유치 희망기관의 숫자를 늘어놓는 쪽보다 원칙에 가깝다. 결국 지자체 사이의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몇 개 기관을 원하느냐가 아니라 그 기관을 받아들일 산업 기반과 정주 여건을 얼마나 갖췄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