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이 연관된 기관을 모으겠다는 2차 이전의 원칙은 1차가 만든 기반을 다시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 원칙은 아직 방향일 뿐 성과가 아니다. 1차 이전의 기록을 보면 그 방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먼저 채워져야 한다.

산업과 대학, 얼마나 이어지는가

정부는 이번에도 지역인재 채용과 지역대학의 산학연 연계 확대를 원칙에 넣었다. 혁신도시정책연구원 이민원 원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2차 이전은 공공기관의 기능을 지역경제에 뿌리내리는 단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도시정책연구원은 민간 연구기관이다. 국토연구원 같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아니다. 이 발언은 정부의 공식 평가가 아니라 정책 제안으로 봐야 한다.

이 제안이 나온 배경은 1차의 기록에 있다. 국토연구원 분석을 보면 광주·전남은 혁신도시와 모도시가 함께 성장했지만 울산·경북은 혁신도시와 모도시 모두 성장이 더뎠다. 같은 집적 원칙을 적용해도 지역 산업과 실제로 맞물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는 뜻이다. 2차가 강조하는 산업·대학 연계는 이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지만 연계가 서류상 원칙에 머물지 않으려면 지역별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정주 여건은 퇴사율이라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정주 여건을 강화하겠다는 원칙에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 전후 직원 퇴사율은 2.66%에서 3.11%로 높아졌다. 대구는 1.98%에서 2.34%로, 강원은 3.68%에서 5.38%로, 제주는 2.87%에서 6.08%로 뛰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자료를 근거로 2차 이전을 추진할 때 퇴사자 비율을 관리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정주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정부 원칙은 이런 이탈을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효과는 이전 이후 퇴사율 추이로 확인할 수 있다.

원주혁신도시 하천변에 조성된 보행로와 자전거길, 그 양옆의 상가 건물
강원혁신도시(원주시 반곡동) 하천변에 조성된 보행로와 주변 상가(2020년 4월 촬영). 기관과 주거지, 상권을 잇는 이런 이동 환경이 정주 여건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다. 사진: Choi Kwang-mo / Wikimedia Commons / CC0 / 크기 조정

원도심과 어떻게 이어지는가

국토연구원이 2020년 낸 원도심 상생 연구는 혁신도시와 원도심 사이의 접근성을 높이고 연계 교통을 개선하며 기존 도시 자산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9월 3일 발표에서 직접 밝힌 정책은 아니다. 연구기관의 제안이자 본지가 눈여겨보는 지점이다. 도시교통저널이 이번 시리즈에서 거듭 확인했듯 혁신도시 안의 인구나 지역내총생산이 늘어도 그 힘이 원도심까지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기관과 주거지, 원도심, 주요 역 사이를 잇는 버스와 환승 체계, 원도심의 기존 상권과 문화·의료 시설을 실제로 이용하는지가 이 질문의 답을 만든다.

다만 교통 접근성을 높인다고 원도심이 저절로 살아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동이 편해지면 혁신도시 주민이 원도심 대신 더 큰 도시로 소비를 이동하는 역외 유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 '버스를 늘리면 원도심이 산다'는 식의 단순한 처방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전기관 수보다 정착의 흔적을 봐야 한다

1차 이전은 그동안 계획한 기관 수를 채우고 청사를 준공했는지로 성과를 설명해 왔다. 이번 시리즈에서 확인한 지방세·인구·지역내총생산 통계, 퇴사율, 상가 공실은 이전기관 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표다. 2차 이전의 성과를 판단하려면 기관이 몇 곳 옮겨 왔는지를 넘어 직원이 실제로 정착했는지, 지역 기업과 대학에 조달과 연구가 얼마나 흘러갔는지, 원도심의 생활권을 실제로 이용하는지를 함께 공개하고 추적해야 한다.

방향에 대한 지지, 조건이 붙은 지지

기존 기반을 활용하고 연관 기능을 모으겠다는 2차 이전의 방향은 1차가 쌓아 온 성과를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지지할 만하다. 다만 그 지지는 조건이 붙은 지지다. 2차 이전이 1차와 다른 결과가 될지는 산업·대학 연계가 지역마다 실제로 이행되는지, 정주 여건 개선이 퇴사율 같은 숫자로 확인되는지, 혁신도시의 성장이 원도심의 생활권으로 이어지는지, 이 모든 과정이 기관 수 발표를 넘어 투명하게 공개되는지가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