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 9월 3일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방침을 발표했다.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새로운 거점을 따로 만드는 방안이 아니라 이미 조성된 10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이 연관된 기관을 모아 배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역 대학·산업과의 연계를 배치 원칙에 넣고 정주 여건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원주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대한적십자사 본사 건물과 뒤편 아파트 단지
강원혁신도시(원주시 반곡동)로 옮겨온 대한적십자사 본사(2020년 4월 촬영). 2차 이전은 이렇게 1차 때 조성한 열 곳의 혁신도시에 기능이 연관된 기관을 더 모으는 방식이다. 사진: Choi Kwang-mo / Wikimedia Commons / CC0 / 크기 조정

정부가 내놓은 원칙

정부는 수도권 잔류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반드시 남아야 할 이유가 없는 기관은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넣겠다고 밝혔다. 검토 대상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 곳이며 실제로 이전할 기관과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배치 원칙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집적이다. 소수의 새 거점을 골라 그곳에만 기관을 몰아주는 방안은 아니다. 부산·대구·광주전남·울산·강원·충북·전북·경북·경남·제주로 이어지는 기존 10개 혁신도시 체계는 그대로 둔다. 그 안에서 기능이 겹치거나 연관된 기관을 더 모으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렇게 지역 성장의 동력을 한곳으로 모으겠다고 설명했다. 지역인재 채용과 지역대학의 산학연 연계 확대, 혁신도시 자족 기능과 정주 인프라 개선도 함께 원칙으로 내놓았다.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있다. 청사 신축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해 2027년부터 선도이전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임차로 실제 비용과 속도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이전이 진행돼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4분기에 구체적인 이전계획을 내놓고 2027년 이후 순차적으로 이전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3년을 거쳐 나온 발표

이번 발표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6년 4월 낸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을 보면 2022년 7월 국정과제에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포함됐다. 이후 지자체·노동조합 의견 수렴과 갈등 점검을 거쳐 2023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1차 이전의 성과를 평가하는 연구용역이 진행됐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방향은 이어졌다. 2025년 6월 확정된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성장 거점 육성'이 51번 과제로 들어갔다. 같은 해 9월부터 실행지원 용역이 발주됐다. 9월 3일 발표는 그 연구와 공론화를 거쳐 나온 원칙과 일정의 로드맵이다.

1차도 아무 기준 없이 흩어놓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번 집적 원칙이 처음 등장한 발상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국토연구원에 맡겨 펴낸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 연구』를 보면 1차 이전 때도 목표는 있었다. 혁신도시마다 이전기관의 기능적 특성과 지역전략산업을 연계해 자립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부산에는 해양수산·금융산업·영화진흥 관련 기관을, 광주전남에는 전력산업·정보통신·농업기반·문화예술 관련 기관을 모으는 식이었다.

다만 같은 보고서는 혁신도시별 특화발전 방향과 이전기관의 기능군이 지역마다 다르게 맞아떨어졌다고도 짚었다. 부산의 영상산업이나 강원의 건강생명처럼 지역 전략산업과 잘 맞아떨어진 곳이 있었다. 반면 대구·광주·전남·울산·충북·경북·경남·제주는 그 연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차에도 기준은 있었지만 지역마다 고르게 작동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며 2차가 강조하는 산업·대학 연계는 이 지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세종은 다른 정책이다

9월 3일 발표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 계획도 함께 담겼지만 이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과는 다른 정책이다. 중앙행정기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43개 기관이 세종으로 옮겨갔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나머지 부처의 추가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도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과는 별도로 집계된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는 1차 이전 153개 기관을 혁신도시 계획 112개, 세종 19개, 개별이전 22개로 나눠 설명한다. 이번 시리즈가 다루는 대상은 이 가운데 혁신도시로 이전한 기관과 앞으로 그곳에 더해질 기관이다.

방향의 의미는 실행에서 드러난다

기존 기반을 활용하고 연관 기능을 모으겠다는 이번 원칙은 방향으로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새 도시를 또 만드는 대신 이미 투자한 혁신도시의 기반 위에 기능을 더하겠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방향이 실제 성과가 되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1차 이전이 10개 혁신도시에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남기지 못했는지를 먼저 봐야 2차가 지켜야 할 조건도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