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의 길이를 찾으면 48.8km와 54.2km가 함께 나온다. 둘 가운데 하나가 틀린 숫자는 아니다. 무엇을 2호선에 포함했는지가 다르다.
서울시보에 남은 건설 기록은 순환 본선을 48.8km로 적는다. 서울시 도시철도 건설현황은 2호선을 54.2km로 정리한다. 두 수치의 차이는 성수에서 신설동으로 이어지는 성수지선을 포함했는지에서 생긴다.
노선 이름은 하나지만 철도시설은 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본선과 차량기지 인입선, 지선과 연결선을 어디까지 영업거리로 잡느냐에 따라 길이는 달라질 수 있다.
성수행 열차는 원에서 빠져나간다
2호선 노선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큰 원이다. 그러나 성수역에서는 용답과 신답을 거쳐 신설동으로 가는 열차가 따로 출발한다.
이 선로는 순환선 건설보다 먼저 군자차량기지와 기존 1호선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1980년 최초 개통 구간도 신설동에서 성수를 거쳐 종합운동장으로 이어졌다. 순환선의 일부가 먼저 열린 것이 아니라 차량기지 연결선과 강남 구간을 이용해 운행을 시작한 셈이다.
1984년 순환 본선이 완성된 뒤에도 성수지선은 남았다. 그래서 2호선을 ‘원을 도는 노선’이라고 설명하면 운행체계의 일부만 말하게 된다.
43개 역도 범위를 먼저 물어야 한다
서울시의 1980년대 기록은 순환 본선을 48.8km와 43개 역으로 정리한다. 여기서 역 수와 길이를 현재 지선까지 포함한 노선 현황과 곧바로 붙이면 서로 다른 범위를 한 문장에 섞게 된다.
철도 통계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영업거리와 선로연장은 다르고 본선 길이와 지선 포함 길이도 다르다. 복선은 열차가 오가는 선로가 두 가닥이지만 노선 길이를 단순히 두 배로 세지 않는다.
숫자를 비교하려면 먼저 본선인지 지선 포함인지, 영업거리인지 시설연장인지 확인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숫자가 다르다고 곧바로 오류라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원의 크기는 도시계획의 범위를 보여준다
48.8km라는 순환 본선의 길이는 2호선이 연결하려 한 도시의 규모와도 관계가 있다. 노선은 기존 도심과 영등포, 영동·잠실을 차례로 묶었다. 강남만 도는 선도, 사대문 안을 도는 작은 순환선도 아니었다.
2호선은 1980년 신설동~종합운동장, 1982년 종합운동장~교대, 1983년 을지로입구~성수와 교대~서울대입구가 차례로 열렸다. 1984년 5월 마지막 구간이 이어지면서 원이 닫혔다.
그 과정에서 2호선은 세 도심을 잇는 계획선에서 서울의 주요 환승축으로 바뀌었다. 다만 그 원을 유지하려면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선로와 별도의 지선 운행이 필요했다.
따라서 2호선은 48.8km이기도 하고 54.2km이기도 하다. 정확한 답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순환 본선은 48.8km, 성수지선을 포함한 자료에서는 54.2km”라고 범위를 함께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