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서울시는 서부간선도로 지하차도 네 곳의 평면화를 보류했다. 사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하차도를 남기고 지상부를 5차로로 넓히는 대안이 새로 등장했고 공사 준공일은 541일 뒤로 밀렸다.

금천나들목 방향 광명교 지하차도 진입부
광명교 지하차도 진입부(2016년). 2025년 9월 폐쇄할 예정이었으나 오목교 혼잡 뒤 일정이 연기됐고 평면화 계획도 보류됐다. 사진: Jhcbs1019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 크기 조정

서울시 결산자료를 보면 일정 지연은 오목교 폐쇄 전부터 이어졌다. 2023회계연도에는 시설비 65억5,200만원과 감리비 3억7,100만원을 다음 해로 넘겼다. 발주 절차가 늦어진 데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뒤 하천 안전성과 점용 관련 협의를 다시 한 것이 이유로 적혔다.

2024회계연도에는 시설비 59억3,400만원과 감리비 4억5,900만원이 사고이월됐다. 관계기관 인허가와 주민 반대가 이유였다. 두 해의 사고이월액을 합하면 133억1,600만원이다.

사고이월은 연도 안에 지출을 마치지 못해 예산을 다음 해로 넘긴 금액이다. 이 수치를 낭비액이나 매몰비용으로 부를 수는 없다. 다만 발주와 안전 검토, 인허가, 주민 협의가 겹치며 당초 일정대로 집행하지 못한 사업의 상태는 보여준다.

4차로 생활도로가 5차로 도로로 바뀌었다

평면화 보류 뒤 서울시가 제시한 핵심 대안은 지상부 5차로다. 왕복 4차로에서 한 차로를 더 확보해 시간당 처리용량을 6,800대에서 8,500대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전망이다. 증가율은 25%다.

도로 폭을 새로 넓히기보다 기존 공간 안에서 차로 구성을 바꾸는 방식이 검토됐다. 평면 신호교차로는 13곳에서 두 곳으로 줄이고 지하차도 네 곳은 유지한다. 교차로를 늘려 지역 접근성을 높이려던 처음 설계보다 본선 통행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다.

경찰은 교통량 조사와 모의분석을 거쳐 다시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시간당 8,500대는 완공 뒤 측정한 값이 아니라 서울시가 대안 검토 과정에서 제시한 전망이다. 차로 하나를 늘렸을 때 합류와 분류, 교차로 신호까지 포함해 실제 흐름이 얼마나 나아질지는 검증이 남았다.

도시공간 계획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상 차로가 늘면 보도와 녹지에 쓸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든다. 서울시는 일부 구간에 덮개공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로 위에 보행공간을 확보하려는 대안이지만 범위와 비용은 아직 확정된 계획으로 보기 어렵다.

준공은 2027년 말로 밀렸다

서울시 공사정보 시스템에는 2026년 4월 3일 공사기간을 541일 연장한 변경이 등록됐다. 준공 예정일은 2026년 7월 8일에서 2027년 12월 31일로 바뀌었다. 공개 화면의 연장 사유란은 비어 있다.

다만 2026년 3월 서울시의회 업무보고는 평면화 재검토와 관계기관 협의 등으로 기간 연장이 예상된다고 적었다. 같은 보고서에서 총사업비는 1,256억원, 이미 투자한 금액은 258억원, 앞으로 필요한 금액은 998억원으로 제시됐다. 2026년 예산은 배정되지 않았고 1월 기준 공정률은 20.8%였다.

이 수치도 평면화 보류로 사라진 돈을 뜻하지 않는다. 지상부 정비와 하수관로, 보도와 녹지처럼 변경안에서도 이어지는 공정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다시 설계하는지에 따라 남은 사업비와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는 자동차전용도로의 장벽을 낮추고 안양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사업이었다. 오목교 혼잡 뒤에는 지하차도를 남기고 차로를 늘려야 하는 사업이 됐다. 평면화가 멈춘 뒤 남은 질문은 공사를 계속할지 말지가 아니다. 교통 처리와 보행공간이라는 두 목표를 바뀐 설계에서 어떻게 함께 지킬지다.